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
인문 비평서
Regular price
$28.09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책 머리에
지난 2020년에 펴낸 두 번째 평론집 『사랑의 미메시스』에 수록된 글들을 출간 뒤 찬찬히 다시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나 미진했으며 아쉬움이 컸다. 비평의 방향이나 빛깔이 불분명한 채로 출간을 재촉했던 조급함이 조심성 없이 밥을 먹다 옷에 흘린 음식 찌끼처럼 묻어 있었다. 지우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고 흔적으로 남아있는 그것은 아마 내 빈약한 비평의식의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비평이 연구와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작품의 속살을 어루만지는 손길의 촉수가 너무 앞섰다는 자책감도 뒤따른다. 연구가 작품이 간직한 특이성과 의미를 찾아내어 그에 마땅한 문학적 자리에 앉히는 일이라면, 비평은 이와 무관하게 작품의 다각적이고도 심층적인 세계를 비평가의 심미안으로 조명하는 일에 가깝다. 그런데 이전까지 내가 쓴 평론은 연구나 비평이 갖추고 있는 덕목에 충실했다기보다는, 작품이 보여주는 '첫인상'에 매몰된 나머지 작품에 내재한 무수한 목소리라든지 문학적 평가에 미흡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한편으로 그런 자의식이 어쩌면 내 비평의 속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작품을 두른 휘장을 조금씩 벗겨내면서 보게 되는 언어의 행렬은 시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상상력과 결합하는 데서 만들어지거나 빚어지는 말의 조형造形으로서 뚜렷이 다가온다. 숲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산의 모습과 비교될 수 있을 작품의 외형은 갖가지 해석과 평가를 낳는 비평의 일차적인 동인動因이다. 형식이 비평의 시각에 포착되면서부터는 의미와 메시지 및 주제 등의 내용이 별도의 분석 공간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 둔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작품(시)은 형식이 곧 작품의 속내와 연원이 드리우는 그늘과 직결된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진실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듯이, 작품 또한 형식이 건네는 어조와 언어의 역동적인 흐름 및 맥락을 통해 문학적 진실의 양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비평은 작품 창작 연도와 관계 없이 작품의 생명을 이어줌과 동시에 또 다른 작품의 미학과 창조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비평은 작품과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번 평론집은 총 6부로 구성되었다. 두 번째 평론집 이후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현장 비평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시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남과 동시에 소재 또한 다양해졌지만, 한편으로 창작의 매너리즘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인의 양적 증가가 우리 시의 질적 증대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과도 이어진다. 물론 '좋은 시'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좋은 시'란 시를 바라보는 오랜 고정관념이 만들어 낸 허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단순하게 좋은 시의 양산이 아니라 '새로운 시'의 발견이요, 이를 위한 세계 인식의 틀을 비트는 것이야말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문학인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이 예술과 창조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예술'이나 '창조'의 이름으로 허망한 지적 허영의 놀음판에 언어를 끌어들이는 작가들 또한 부지기수란 사실에 잠시 생각을 멈추곤 한다. 우리는 문학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지 '기본'을 되뇌지만, 그러한 기본의 뿌리에는 역시 목적과 방법, 그리고 정신이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세 꼭짓점처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부는 글쓰기와 문학이 맺는 관계를 나름대로 궁리하고 숙고하면서 글이 글쓰는 이의 생각 및 마음이나 삶과 연동하는 자리에서 생겨나는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글'이 단순하게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이나 매개 차원을 넘어서는 곳에 존재하는 '증표'의 일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글쓰기와 창작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평소 느낀 부분을 기회가 닿는 대로 발표하거나 지면에 수록된 글 중에서 뽑았다. 작가라면 으레 자신의 글이 나아가는 방향과 표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1부에 수록된 글들은 대개 나 자신이 글에 관한 자기반성과 함께 문학과 삶, 그리고 문학이 그려 보이는 지평의 풍경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2부는 창작이 창작 본연의 실천과 함께 사회와 역사적 의미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문학은 당대 시·공간의 흐름과 엮일 수밖에 없다. 공간적으로는 작품이 창작되는 자리, 곧 공간과 장소의 자장은 '지역문학'이라는 카테고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한국의 현실을 놓고 보면 '통일문학'의 의미망을 설정할 수 있다. 통시적으로 부산과 경남의 시문학이 흘러온 줄기와 아울러 부마항쟁을 소재로 한 문학을 새롭게 곱씹는 글들을 2부에 실었다. 한편 이번 평론집 발간 시점에서 몇 년 전의 상황이긴 하지만 부산 시의 현황을 살펴본 글은 지금도 유효하기에 함께 수록하였다. 문학이 작가 개인의 작업을 뛰어넘어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만들게 되는 공시적·통시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3부부터 마지막 6부까지는 현장 비평의 글들을 모아서 구성하였다. 시집에 관한 서평이 주다. 대상은 1950년대 등단한 시인부터 최근 2020년 이후 등단한 신진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로 보나 시 세계로 보나 스펙트럼이 넓다. 이들 다양한 성향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우리 시가 흘러온 풍경과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평론가에 관한 비평도 두어 편 다루었다. 비평가론과 회고(에세이)라 할 수 있는 글이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 에세이 형식은 시나 소설과 같은 '주류 장르'와는 다른 질감을 지닌다. 냉철함과 분석적 사고보다는 세계와 글쓴이가 내밀한 정감으로 흐르는 '온기의 세계' 속을 거니는 느낌이 강하다. 추체험의 시간이 현재의 필자의 마음에 건네는 온도를 의식하면서 써 내려가면 어느덧 다루는 대상과 세계가 완연宛然해지면서 내 의식의 촉수와 묘한 공명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런 감각이 두 번째 평론집 이후 내 글쓰기를 추동했던 배경이 되었다. 평론집의 부제를 '비평의 신열(身熱), 공존하는 감각의 온도'라 정한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끔 작품을 읽고 평론을 쓸 때면 집중도가 높거나 낮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나는 무수한 글자들 속을 거닐면서 때로는 상상으로, 때로는 작품 형식의 결을 매만지면 묻어나는 말의 촉감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이를 몸살의 일종으로 봐도 될까.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도 가능한지 스스로 묻곤 한다. 그러면 늘 긍정의 대답을 내린다. 작품이 품은 감각과 내 글쓰기의 감각이 어우러져 생긴 미묘한 온기가 불씨처럼 피어오를 때가 있다. 불씨가 점점 밝아지거나 사그라들거나 상관없이, 그 빛이 발하는 환한 온도에 기대 끝날 줄 모르는 펜의 움직임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곤 한다. 이 세상에는 글 쓰는 나와, 내가 짚어내는 글자의 형식과 촉감만이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바람 냄새 가득 안고 마침내 집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을 상기한다. 상상인지 꿈인지 혹은 스산한 마음이 불러일으킨 이미지인지는 모르지만, 그 두 사람이 오랜 방황을 끝내고 평상마루에 턱 걸터앉아 바야흐로 빛나기 시작하는 하늘의 모래알들이 파르르 떠는 광경을 올려다보는 풍경을 그린다. 문학과 비평이 만나는 자리가 마치 그렇지 않을까.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이란 제목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십여 년의 원도심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 감천동으로 이사를 했다. 아직 옛 골목의 온정이 남아있는 이 동네에서 나는 새롭게 숨을 내쉬어야 한다. 계획은 무성하지만, 실행은 언제나 한 발 짝씩 뒤늦거나 무산되는 삶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글쓰기가 언제나 나를 일으켜 세우는 지렛대였음을 잊지 못한다. 밤이면 흰빛의 굴뚝 8개가 깜깜한 감천항 밤하늘을 비집고 들어서려는 의지처럼 붙박여 있는 풍경을 주택 2층 난간에서 가끔 볼 때가 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천연가스발전소다. 때때로 끊이지 않는 충전의 힘으로 글을 쓰고 싶다.
어쭙잖은 글들을 책으로 엮어주신 도서출판 〈작가마을〉 대표 배재경 시인께 고마움을 전한다. 오랜 세월 험난하고 열악한 지역출판의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이다. ㈜상지건축 허동윤 회장님의 배려도 잊을 수 없다. 문화예술에 관한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빠듯한 회사 경영에도 지역문화와 예술의 발전과 증진을 위해 응원과 격려를 보내시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려 남긴다.
2026년 깊은 봄날 감천항을 바라보며
정훈
지난 2020년에 펴낸 두 번째 평론집 『사랑의 미메시스』에 수록된 글들을 출간 뒤 찬찬히 다시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나 미진했으며 아쉬움이 컸다. 비평의 방향이나 빛깔이 불분명한 채로 출간을 재촉했던 조급함이 조심성 없이 밥을 먹다 옷에 흘린 음식 찌끼처럼 묻어 있었다. 지우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고 흔적으로 남아있는 그것은 아마 내 빈약한 비평의식의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비평이 연구와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작품의 속살을 어루만지는 손길의 촉수가 너무 앞섰다는 자책감도 뒤따른다. 연구가 작품이 간직한 특이성과 의미를 찾아내어 그에 마땅한 문학적 자리에 앉히는 일이라면, 비평은 이와 무관하게 작품의 다각적이고도 심층적인 세계를 비평가의 심미안으로 조명하는 일에 가깝다. 그런데 이전까지 내가 쓴 평론은 연구나 비평이 갖추고 있는 덕목에 충실했다기보다는, 작품이 보여주는 '첫인상'에 매몰된 나머지 작품에 내재한 무수한 목소리라든지 문학적 평가에 미흡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한편으로 그런 자의식이 어쩌면 내 비평의 속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작품을 두른 휘장을 조금씩 벗겨내면서 보게 되는 언어의 행렬은 시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상상력과 결합하는 데서 만들어지거나 빚어지는 말의 조형造形으로서 뚜렷이 다가온다. 숲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산의 모습과 비교될 수 있을 작품의 외형은 갖가지 해석과 평가를 낳는 비평의 일차적인 동인動因이다. 형식이 비평의 시각에 포착되면서부터는 의미와 메시지 및 주제 등의 내용이 별도의 분석 공간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 둔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작품(시)은 형식이 곧 작품의 속내와 연원이 드리우는 그늘과 직결된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진실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듯이, 작품 또한 형식이 건네는 어조와 언어의 역동적인 흐름 및 맥락을 통해 문학적 진실의 양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비평은 작품 창작 연도와 관계 없이 작품의 생명을 이어줌과 동시에 또 다른 작품의 미학과 창조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비평은 작품과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번 평론집은 총 6부로 구성되었다. 두 번째 평론집 이후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현장 비평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시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남과 동시에 소재 또한 다양해졌지만, 한편으로 창작의 매너리즘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인의 양적 증가가 우리 시의 질적 증대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과도 이어진다. 물론 '좋은 시'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좋은 시'란 시를 바라보는 오랜 고정관념이 만들어 낸 허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단순하게 좋은 시의 양산이 아니라 '새로운 시'의 발견이요, 이를 위한 세계 인식의 틀을 비트는 것이야말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문학인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이 예술과 창조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예술'이나 '창조'의 이름으로 허망한 지적 허영의 놀음판에 언어를 끌어들이는 작가들 또한 부지기수란 사실에 잠시 생각을 멈추곤 한다. 우리는 문학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지 '기본'을 되뇌지만, 그러한 기본의 뿌리에는 역시 목적과 방법, 그리고 정신이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세 꼭짓점처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부는 글쓰기와 문학이 맺는 관계를 나름대로 궁리하고 숙고하면서 글이 글쓰는 이의 생각 및 마음이나 삶과 연동하는 자리에서 생겨나는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글'이 단순하게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이나 매개 차원을 넘어서는 곳에 존재하는 '증표'의 일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글쓰기와 창작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평소 느낀 부분을 기회가 닿는 대로 발표하거나 지면에 수록된 글 중에서 뽑았다. 작가라면 으레 자신의 글이 나아가는 방향과 표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1부에 수록된 글들은 대개 나 자신이 글에 관한 자기반성과 함께 문학과 삶, 그리고 문학이 그려 보이는 지평의 풍경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2부는 창작이 창작 본연의 실천과 함께 사회와 역사적 의미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문학은 당대 시·공간의 흐름과 엮일 수밖에 없다. 공간적으로는 작품이 창작되는 자리, 곧 공간과 장소의 자장은 '지역문학'이라는 카테고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한국의 현실을 놓고 보면 '통일문학'의 의미망을 설정할 수 있다. 통시적으로 부산과 경남의 시문학이 흘러온 줄기와 아울러 부마항쟁을 소재로 한 문학을 새롭게 곱씹는 글들을 2부에 실었다. 한편 이번 평론집 발간 시점에서 몇 년 전의 상황이긴 하지만 부산 시의 현황을 살펴본 글은 지금도 유효하기에 함께 수록하였다. 문학이 작가 개인의 작업을 뛰어넘어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만들게 되는 공시적·통시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3부부터 마지막 6부까지는 현장 비평의 글들을 모아서 구성하였다. 시집에 관한 서평이 주다. 대상은 1950년대 등단한 시인부터 최근 2020년 이후 등단한 신진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로 보나 시 세계로 보나 스펙트럼이 넓다. 이들 다양한 성향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우리 시가 흘러온 풍경과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평론가에 관한 비평도 두어 편 다루었다. 비평가론과 회고(에세이)라 할 수 있는 글이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 에세이 형식은 시나 소설과 같은 '주류 장르'와는 다른 질감을 지닌다. 냉철함과 분석적 사고보다는 세계와 글쓴이가 내밀한 정감으로 흐르는 '온기의 세계' 속을 거니는 느낌이 강하다. 추체험의 시간이 현재의 필자의 마음에 건네는 온도를 의식하면서 써 내려가면 어느덧 다루는 대상과 세계가 완연宛然해지면서 내 의식의 촉수와 묘한 공명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런 감각이 두 번째 평론집 이후 내 글쓰기를 추동했던 배경이 되었다. 평론집의 부제를 '비평의 신열(身熱), 공존하는 감각의 온도'라 정한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끔 작품을 읽고 평론을 쓸 때면 집중도가 높거나 낮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나는 무수한 글자들 속을 거닐면서 때로는 상상으로, 때로는 작품 형식의 결을 매만지면 묻어나는 말의 촉감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이를 몸살의 일종으로 봐도 될까.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도 가능한지 스스로 묻곤 한다. 그러면 늘 긍정의 대답을 내린다. 작품이 품은 감각과 내 글쓰기의 감각이 어우러져 생긴 미묘한 온기가 불씨처럼 피어오를 때가 있다. 불씨가 점점 밝아지거나 사그라들거나 상관없이, 그 빛이 발하는 환한 온도에 기대 끝날 줄 모르는 펜의 움직임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곤 한다. 이 세상에는 글 쓰는 나와, 내가 짚어내는 글자의 형식과 촉감만이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바람 냄새 가득 안고 마침내 집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을 상기한다. 상상인지 꿈인지 혹은 스산한 마음이 불러일으킨 이미지인지는 모르지만, 그 두 사람이 오랜 방황을 끝내고 평상마루에 턱 걸터앉아 바야흐로 빛나기 시작하는 하늘의 모래알들이 파르르 떠는 광경을 올려다보는 풍경을 그린다. 문학과 비평이 만나는 자리가 마치 그렇지 않을까.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이란 제목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십여 년의 원도심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 감천동으로 이사를 했다. 아직 옛 골목의 온정이 남아있는 이 동네에서 나는 새롭게 숨을 내쉬어야 한다. 계획은 무성하지만, 실행은 언제나 한 발 짝씩 뒤늦거나 무산되는 삶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글쓰기가 언제나 나를 일으켜 세우는 지렛대였음을 잊지 못한다. 밤이면 흰빛의 굴뚝 8개가 깜깜한 감천항 밤하늘을 비집고 들어서려는 의지처럼 붙박여 있는 풍경을 주택 2층 난간에서 가끔 볼 때가 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천연가스발전소다. 때때로 끊이지 않는 충전의 힘으로 글을 쓰고 싶다.
어쭙잖은 글들을 책으로 엮어주신 도서출판 〈작가마을〉 대표 배재경 시인께 고마움을 전한다. 오랜 세월 험난하고 열악한 지역출판의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이다. ㈜상지건축 허동윤 회장님의 배려도 잊을 수 없다. 문화예술에 관한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빠듯한 회사 경영에도 지역문화와 예술의 발전과 증진을 위해 응원과 격려를 보내시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려 남긴다.
2026년 깊은 봄날 감천항을 바라보며
정훈
목차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삶·생각·말·글의 진실과 자유를 찾아서
글자의 운명, 문학이 남기는 흔적-지속하는 문학이 묻는 것
문학 너머의 문학을 꿈꾸며
희생의 끝-문학은 어떻게 '혐오'를 불러내는가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
제2부
통일문학은 가능한가, 혹은 자유로운 창작 의지는 역사마저 뛰어 넘는가
해방기 경남·부산지역 시의 양상
항쟁·증언·기록으로서 부마항쟁과 문학 -경남문학사를 중심으로
'지역문학'의 방향과 모색을 위하여 -(사)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부산작가회의)가 나아갈 길
부산 시의 오늘 -시의 새로운 지형학을 위하여
제3부
정직한 생명공동체를 꿈꾸며 길을 걷는 자의 노래 -강상기의 시
먼 곳에서 부르는 소리에 손을 내밀면 빗금 치는 언어들 -김정수의 시
하얀 그늘 품에 노닐다 말다 잠시 물끄러미 지나가다 -김지하의 시
환란患亂하는 글자들의 운명 -나금숙의 시
그리움에 젖은 슬픔의 거름을 본다 -송유미의 시
당신은 나를 슬어서 그늘에 안장한다 -조용미의 시
생각이 지나가는 자리에 선 흰빛의 눈(目) -허만하의 시
제4부
시인의 마음과 눈에 어린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김명관의 시
망연茫然, 네 그림자에 묻은 얼굴 -김순아의 시
시의 강물이 별빛 되어 우주를 수놓을 때까지 -김형칠의 시
흙 내음 천지 속 언어의 산그늘에 파묻혀 -김흥규의 시
말이 시나브로 드러눕는다 -손택수의 시
경계에서 피워올리는 꽃, 혹은 존재를 위한 만가輓歌 -이도미의 시
무중력 시학의 무늬와 빛깔 -이린의 시
단장斷腸, 생生을 아리게 하는 피울음의 언어에 대하여 -이우돈의 시
푸른 생명의 날갯짓을 위한 노래 -정미숙의 시
불안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과 시 쓰기의 자의식 -정영임의 시
아수라와 지복至福 사이를 매만지는 말들 -최로잘리아의 시
제5부
청록의 모서리에 걸터앉으면 불어 보는 휘, 파랑波浪에 관한 보고서 -권상진의 시
푸른 오감(五感)으로 틔우는 삶의 문장들 -김종태의 시
통점을 눅이면서 당신 쪽으로 산란하는 빛의 서사 -문지아의 시
실존의 눈으로 포착한 삶과 존재의 아이러니 -배동욱의 시
밤하늘을 수놓던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신정민의 시
존재의 그늘에 새기는 그리움의 언어 -양재건의 시
웅크린 실존, 비상하려는 영혼 -이문영의 시
흰 허공을 가르며 사라지는 꽃의 춤 -이소암의 시
디스토피아의 사막에서 길어 올리는 칸타타 -이종섶의 시
직설直說하는 시의 길을 위하여 -최보기의 시
시, 귀를 쫑긋 세워 찍어내는 무늬에 대하여 -최영철의 시
슬픈 미토스(mythos) -한경훈의 시
제6부
'곽리자고'의 육성, 그 저공低空으로 연주하는 비평의 숨결에 대하여-남송우 지역문화론 단상
머물고 흘러가는 것들에 관한 보고서 -강영환의 시
바람 따라 물 따라 흘러가신 이에게 -문학평론가 고현철 교수를 생각하며
사람의 길, 시인의 길 -뱍태문의 시
시간, 점, 침묵, 글, 먼 하늘가에 멈춘 남자의 시선 -송제松? 이상개 시인 3주기에 즈음하여
시의 멱, 그 곡진한 언어의 등선에 피는 시혼 -이상개의 시 1
참 잘 익은 노을 빛 언어 -이상개의 시 2
쓰기, 새로운 국면의 자기 정립을 위한 날숨을 위하여
청동 손가락으로 써진 시詩 -신용길 시인을 그리며
허무와 고독의 한복판에서 그리는 휴머니스트의 글씨 -김영준 시
제1부
삶·생각·말·글의 진실과 자유를 찾아서
글자의 운명, 문학이 남기는 흔적-지속하는 문학이 묻는 것
문학 너머의 문학을 꿈꾸며
희생의 끝-문학은 어떻게 '혐오'를 불러내는가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
제2부
통일문학은 가능한가, 혹은 자유로운 창작 의지는 역사마저 뛰어 넘는가
해방기 경남·부산지역 시의 양상
항쟁·증언·기록으로서 부마항쟁과 문학 -경남문학사를 중심으로
'지역문학'의 방향과 모색을 위하여 -(사)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부산작가회의)가 나아갈 길
부산 시의 오늘 -시의 새로운 지형학을 위하여
제3부
정직한 생명공동체를 꿈꾸며 길을 걷는 자의 노래 -강상기의 시
먼 곳에서 부르는 소리에 손을 내밀면 빗금 치는 언어들 -김정수의 시
하얀 그늘 품에 노닐다 말다 잠시 물끄러미 지나가다 -김지하의 시
환란患亂하는 글자들의 운명 -나금숙의 시
그리움에 젖은 슬픔의 거름을 본다 -송유미의 시
당신은 나를 슬어서 그늘에 안장한다 -조용미의 시
생각이 지나가는 자리에 선 흰빛의 눈(目) -허만하의 시
제4부
시인의 마음과 눈에 어린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김명관의 시
망연茫然, 네 그림자에 묻은 얼굴 -김순아의 시
시의 강물이 별빛 되어 우주를 수놓을 때까지 -김형칠의 시
흙 내음 천지 속 언어의 산그늘에 파묻혀 -김흥규의 시
말이 시나브로 드러눕는다 -손택수의 시
경계에서 피워올리는 꽃, 혹은 존재를 위한 만가輓歌 -이도미의 시
무중력 시학의 무늬와 빛깔 -이린의 시
단장斷腸, 생生을 아리게 하는 피울음의 언어에 대하여 -이우돈의 시
푸른 생명의 날갯짓을 위한 노래 -정미숙의 시
불안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과 시 쓰기의 자의식 -정영임의 시
아수라와 지복至福 사이를 매만지는 말들 -최로잘리아의 시
제5부
청록의 모서리에 걸터앉으면 불어 보는 휘, 파랑波浪에 관한 보고서 -권상진의 시
푸른 오감(五感)으로 틔우는 삶의 문장들 -김종태의 시
통점을 눅이면서 당신 쪽으로 산란하는 빛의 서사 -문지아의 시
실존의 눈으로 포착한 삶과 존재의 아이러니 -배동욱의 시
밤하늘을 수놓던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신정민의 시
존재의 그늘에 새기는 그리움의 언어 -양재건의 시
웅크린 실존, 비상하려는 영혼 -이문영의 시
흰 허공을 가르며 사라지는 꽃의 춤 -이소암의 시
디스토피아의 사막에서 길어 올리는 칸타타 -이종섶의 시
직설直說하는 시의 길을 위하여 -최보기의 시
시, 귀를 쫑긋 세워 찍어내는 무늬에 대하여 -최영철의 시
슬픈 미토스(mythos) -한경훈의 시
제6부
'곽리자고'의 육성, 그 저공低空으로 연주하는 비평의 숨결에 대하여-남송우 지역문화론 단상
머물고 흘러가는 것들에 관한 보고서 -강영환의 시
바람 따라 물 따라 흘러가신 이에게 -문학평론가 고현철 교수를 생각하며
사람의 길, 시인의 길 -뱍태문의 시
시간, 점, 침묵, 글, 먼 하늘가에 멈춘 남자의 시선 -송제松? 이상개 시인 3주기에 즈음하여
시의 멱, 그 곡진한 언어의 등선에 피는 시혼 -이상개의 시 1
참 잘 익은 노을 빛 언어 -이상개의 시 2
쓰기, 새로운 국면의 자기 정립을 위한 날숨을 위하여
청동 손가락으로 써진 시詩 -신용길 시인을 그리며
허무와 고독의 한복판에서 그리는 휴머니스트의 글씨 -김영준 시
저자
저자
정훈 정훈 문학평론가는 1971년 마산 석전동(현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에서 태어나 창원(현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과 의령(유곡면·궁유면)을 거쳐 중2 때부터 줄곧 부산에서 살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김지하 미학 연구」로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시절부터 연구 및 비평 활동을 시작하면서 차차 외연을 넓혀 신학과 동학에도 몰두하고 있다.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약시와 투시, 그 황홀한 눈의 운명-기형도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평론집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 『사랑의 미메시스』,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과 시집 『새들 반점』을 펴냈다. 이밖에 『이은상 시선』(편저)을 비롯하여 『지역이라는 아포리아』, 『2000년대 한국문학의 징후들』, 『문학과 문화, 디지털을 만나다』, 『차이의 해석과 문화적 시선』, 『1930년대 문학의 재조명과 문학의 경계 넘기』 등의 공저를 펴냈다. 동아대, 동의대, 부산교육대, 부산대, 부산외대, 영산대, 한국해양대 등의 대학에서 문학과 교양을 가르쳤다. 현재는 계간 《사이펀》 및 인문무크지 《아크》 편집위원과 계간 《작가와사회》 편집주간, 요산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