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미술사(양장본 Hardcover)(양장본 Hardcover)(양장본 Hardcover)
자본은 어떻게 예술의 가격을 만들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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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어떻게 예술의 가격을 만들어왔는가"
천재의 이름 뒤에는 가격을 설계한 자본이 있었다
화상·미술관·경매·금융이 함께 써 내려간 미술의 이면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돈으로 다시 읽는 150년의 미술사
2019년 뉴욕 소더비에서 모네의 〈건초더미〉는 약 1,300억 원에 낙찰되었다. 2024년에는 전시장 벽에 붙인 바나나 한 개가 약 86억 원에 팔렸다. 캔버스와 안료, 바나나와 테이프의 물질적 가치와 실제 판매가격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막대한 차액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누가 작품을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모두가 신뢰하는 가격으로 완성하는가.
《돈의 미술사》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 인상주의의 탄생부터 현대미술의 자산화에 이르는 150년의 역사를 새롭게 읽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술사는 예술가의 천재성과 작품의 혁신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다. 이 책은 그 뒤로 시선을 옮겨 작품을 선별한 화상, 신화를 만든 비평가, 권위를 부여한 미술관, 가격을 끌어올린 경매사와 컬렉터를 불러낸다. 여기에 금융과 국가가 결합하면서 작품의 가격은 무엇을 위대한 예술로 기억할 것인지 결정하는 힘이 되었다.
무명이던 인상주의 화가들을 하나의 '상품군'으로 조직한 폴 뒤랑-뤼엘의 전략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예술가는 브랜드가 되었고, 작품의 희소성과 화제성은 치밀하게 관리되었으며, 미술관의 전시와 비평의 언어는 가격에 권위를 부여했다. 오늘날에는 갤러리, 아트페어, 명품 기업, 헤지펀드, 국가 기관이 서로의 영향력을 증폭시키며 미술의 가치와 가격을 함께 설계한다. 작품의 중요성이 가격을 높이고, 높아진 가격은 다시 작품의 중요성을 강화한다. 그 순환 속에서 가격은 미술사를 움직이는 하나의 권력이 된다.
자본은 예술을 왜곡하는 힘인 동시에 예술가의 생존과 작품의 확산을 가능하게 해 온 조건이다. 《돈의 미술사》는 이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가격이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과정과 그 배후의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프리즈 서울과 미술품 투자 플랫폼의 등장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논리가 우리의 일상 가까이 들어온 지금,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한층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가격표가 가리키는 작품만을 중요한 예술로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가격 너머에서 우리는 어떤 예술을 발견할 것인가.
천재의 이름 뒤에는 가격을 설계한 자본이 있었다
화상·미술관·경매·금융이 함께 써 내려간 미술의 이면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돈으로 다시 읽는 150년의 미술사
2019년 뉴욕 소더비에서 모네의 〈건초더미〉는 약 1,300억 원에 낙찰되었다. 2024년에는 전시장 벽에 붙인 바나나 한 개가 약 86억 원에 팔렸다. 캔버스와 안료, 바나나와 테이프의 물질적 가치와 실제 판매가격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막대한 차액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누가 작품을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모두가 신뢰하는 가격으로 완성하는가.
《돈의 미술사》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 인상주의의 탄생부터 현대미술의 자산화에 이르는 150년의 역사를 새롭게 읽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술사는 예술가의 천재성과 작품의 혁신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다. 이 책은 그 뒤로 시선을 옮겨 작품을 선별한 화상, 신화를 만든 비평가, 권위를 부여한 미술관, 가격을 끌어올린 경매사와 컬렉터를 불러낸다. 여기에 금융과 국가가 결합하면서 작품의 가격은 무엇을 위대한 예술로 기억할 것인지 결정하는 힘이 되었다.
무명이던 인상주의 화가들을 하나의 '상품군'으로 조직한 폴 뒤랑-뤼엘의 전략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예술가는 브랜드가 되었고, 작품의 희소성과 화제성은 치밀하게 관리되었으며, 미술관의 전시와 비평의 언어는 가격에 권위를 부여했다. 오늘날에는 갤러리, 아트페어, 명품 기업, 헤지펀드, 국가 기관이 서로의 영향력을 증폭시키며 미술의 가치와 가격을 함께 설계한다. 작품의 중요성이 가격을 높이고, 높아진 가격은 다시 작품의 중요성을 강화한다. 그 순환 속에서 가격은 미술사를 움직이는 하나의 권력이 된다.
자본은 예술을 왜곡하는 힘인 동시에 예술가의 생존과 작품의 확산을 가능하게 해 온 조건이다. 《돈의 미술사》는 이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가격이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과정과 그 배후의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프리즈 서울과 미술품 투자 플랫폼의 등장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논리가 우리의 일상 가까이 들어온 지금,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한층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가격표가 가리키는 작품만을 중요한 예술로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가격 너머에서 우리는 어떤 예술을 발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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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미술관의 하얀 벽 뒤편에서
가격을 만드는 힘을 추적하다
미술관의 캡션에는 작가와 작품명, 제작 연도와 재료, 소장처가 나란히 적힌다. 그중 가격은 대개 생략된다. 미적 경험과 경제적 교환을 서로 분리해온 전시 관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정제된 결과이지만, 그 뒤편에는 작품을 선택하고 유통하며 권위를 부여해온 수많은 행위자가 존재한다. 누가 작품을 전시장으로 이끌었는지, 어떤 화상이 작가의 이름을 반복해서 노출했는지, 어느 미술관과 컬렉터가 그 가치를 승인했는지, 어떤 경매 기록이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되었는지는 감상의 장면 뒤에 가려져 있다. 미술의 가치는 이러한 선택과 승인, 거래와 기록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형성된다.
『돈의 미술사』는 이처럼 작품의 가치와 가격을 만들어온 인물과 제도에 주목한다. 이 책에서 가격은 미적 판단과 제도적 권위, 사회적 욕망과 투기적 기대가 함께 작용한 결과이자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역사적 지표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선택과 전시, 거래와 기록, 반복되는 해석을 거쳐 '명작'이라는 지위를 얻는다. 그 과정에 화상·컬렉터·비평가·미술관·국가·미디어·경매회사·금융이 참여하면서 개인의 창작은 미술사의 정전으로 편입된다. 저자는 이 긴 가치 형성의 과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미술사의 질서로 받아들여온 위계가 어떤 경제적·제도적 조건 위에서 구축되었는지를 밝힌다.
인상주의는 어떻게
하나의 시장이 되었는가
인상주의의 역사는 흔히 빛과 색채, 야외 제작과 시각 혁명의 서사로 설명된다. 그 혁신이 국제 미술사의 중심에서 지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작품을 사고 전시하며 가격을 관리하는 시장이 함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화상 폴 뒤랑뤼엘은 모네·마네·피사로·시슬리·드가·르누아르의 작품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서로 다른 조형적 실천을 '인상주의'라는 이름 아래 묶었다. 이 이름은 새로운 미술 경향을 가리키는 동시에 수집가가 알아보고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의 범주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평가 기반이 약했던 작품들을 뉴욕과 시카고로 옮긴 것도 새로운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개인전과 해외 전시, 반복적인 노출과 공급 조절이 이어지면서 인상주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그 미술사적 지위도 가격을 통해 가시화됐다.
뒤랑뤼엘의 체계 안에서 작가는 경제적 안정을 얻는 대신 일정한 양식과 꾸준한 작품 생산을 요구받았으며, 실험적인 조형 언어 역시 수집가가 식별하고 소유할 수 있는 형식으로 조정됐다. 이때 확립된 전속 계약과 대량 매입, 개인전, 해외 진출, 가격 관리 방식은 오늘날 메가 갤러리와 블루칩 작가 체계의 원형이 된다. 인상주의의 성공은 미학적 혁신과 시장의 조직력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였으며,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유통과 노출, 구매와 소장의 체계를 거쳐 사회적 권위로 전환되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화상에서 미술관과 국가로,
다시 경매와 금융으로
『돈의 미술사』의 핵심은 가격을 생산하고 승인하는 힘이 시대에 따라 이동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다. 19세기 후반 화상과 상인이 작품의 유통 경로를 조직했다면, 20세기에는 미술관과 국가, 비평과 미디어가 작품의 가시성을 미술사적 정당성으로 전환했다. 전시는 작품을 역사의 맥락 속에 배치했고, 비평은 그 위치에 언어를 부여했으며, 미술관은 선택된 작품을 제도적 기억으로 편입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선택과 명명만으로 사물의 지위를 바꾸며 예술의 경계를 재편했고, 피카소와 달리, 워홀은 작가의 이름과 이미지 자체를 강력한 상징자본으로 구축했다. 추상표현주의와 냉전 문화정책의 결합에서는 미학적 권위가 국가의 문화 전략과 함께 형성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작품의 가치는 조형적 성취에 제도적 승인과 정치적 이해, 미디어의 반복적인 재현이 더해지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러한 가치 형성의 중심은 1980년대 이후 컬렉터와 경매회사, 금융 자본으로 다시 이동한다. 경매 기록은 작품의 평가를 숫자로 고정하는 동시에 다음 거래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으며, 한 번의 초고가 낙찰은 작가의 미술사적 지위까지 바꾸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가격 자체가 새로운 수요와 평가를 불러오는 힘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찰스 사치와 메리 분, 바스키아와 쿤스, 허스트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시장은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스타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미술사의 서술 방향까지 바꾸었고, 자본은 작품의 소유권과 함께 무엇을 중요한 미술로 기억할지 결정하는 권한까지 획득했다.
보관시설 속에서 거래되는 작품,
자본의 논리로 재편되는 공공성
오늘날 일부 고가 미술품은 전시장의 벽보다 보관시설과 금융 네트워크 안에서 더욱 활발하게 유통된다. 스위스 제네바의 프리포트 같은 면세 보관시설에서는 작품이 포장된 채 머무르고, 실물 대신 소유권 서류가 이동한다. 감상보다 소유권의 이전이 앞서는 거래 방식이며, 이곳에서 미술품은 조세상의 이점과 국제적인 자산 관리 체계를 활용해 가치를 보존하는 금융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시장의 등장과 함께 더욱 넓게 확산됐다. NFT는 가치의 근거를 물질적 대상에서 토큰화된 소유권과 디지털 희소성으로 확장했고, 아트페어와 온라인 플랫폼은 가격 정보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유통하며 작품의 가치가 형성되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했다. 이에 따라 감상 방식도 실시간 거래 환경에 맞춰 재편되고, 작품의 물질성은 소유와 인증의 체계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명품 기업이 설립한 미술관과 메가 갤러리, 헤지펀드의 아트 파이낸싱, 중동 국가의 대규모 문화 투자도 세계 미술의 중심을 다시 그리고 있다. 작품의 권위가 파리와 뉴욕의 미술관뿐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전략, 국가의 문화정책, 국제 자본의 이동 경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투자 수익보다 문화적 권위의 재분배에 있다. 자본은 작품의 가격을 높이는 데서 더 나아가 무엇을 전시하고, 누구를 기억하며, 어떤 서사를 미술사로 남길지 결정한다. 미술의 공공성까지 사적 소유와 브랜드 전략, 국가적 욕망에 따라 다시 구성되는 셈이다.
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해부하고
예술적 가치의 조건을 다시 묻다
『돈의 미술사』는 시장 비판과 투자 정보 사이에서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며, 가격과 가치를 구분해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핵심은 시장의 존재 자체보다 시장의 판단이 미술사적 가치로 번역되고 제도화되는 과정에 있다. 가격이 형성된 구조를 이해하면 작품을 더욱 정교하게 바라볼 수 있다. 작품 자체에서 발생하는 미적 긴장과 제도적 승인이 부여한 상징자본, 시장이 증폭한 교환가치를 서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작성한 가격표와 미술사가 부여한 명성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결국 예술의 가치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누구의 판단을 통해 지속되는지를 묻는 비평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모네의 〈건초더미〉에 붙은 1억 1,070만 달러와 카텔란의 바나나에 붙은 624만 달러 사이에는 150년에 걸친 가격 형성의 역사가 놓여 있다. 희소성에서 브랜드로, 브랜드에서 경매 기록과 금융화로, 금융화에서 토큰과 플랫폼으로 가격을 만드는 장치는 계속 변화해왔다. 그 변화 속에서도 가격과 가치 사이의 간극은 이어졌다. 『돈의 미술사』는 그 간극이 형성되고 확대되어온 과정을 추적하며 독자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넨다. 가격을 만든 주체와 그것을 승인한 제도의 구조까지 모두 확인한 뒤, 우리는 작품 앞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가격을 만드는 힘을 추적하다
미술관의 캡션에는 작가와 작품명, 제작 연도와 재료, 소장처가 나란히 적힌다. 그중 가격은 대개 생략된다. 미적 경험과 경제적 교환을 서로 분리해온 전시 관습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정제된 결과이지만, 그 뒤편에는 작품을 선택하고 유통하며 권위를 부여해온 수많은 행위자가 존재한다. 누가 작품을 전시장으로 이끌었는지, 어떤 화상이 작가의 이름을 반복해서 노출했는지, 어느 미술관과 컬렉터가 그 가치를 승인했는지, 어떤 경매 기록이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되었는지는 감상의 장면 뒤에 가려져 있다. 미술의 가치는 이러한 선택과 승인, 거래와 기록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형성된다.
『돈의 미술사』는 이처럼 작품의 가치와 가격을 만들어온 인물과 제도에 주목한다. 이 책에서 가격은 미적 판단과 제도적 권위, 사회적 욕망과 투기적 기대가 함께 작용한 결과이자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역사적 지표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선택과 전시, 거래와 기록, 반복되는 해석을 거쳐 '명작'이라는 지위를 얻는다. 그 과정에 화상·컬렉터·비평가·미술관·국가·미디어·경매회사·금융이 참여하면서 개인의 창작은 미술사의 정전으로 편입된다. 저자는 이 긴 가치 형성의 과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미술사의 질서로 받아들여온 위계가 어떤 경제적·제도적 조건 위에서 구축되었는지를 밝힌다.
인상주의는 어떻게
하나의 시장이 되었는가
인상주의의 역사는 흔히 빛과 색채, 야외 제작과 시각 혁명의 서사로 설명된다. 그 혁신이 국제 미술사의 중심에서 지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작품을 사고 전시하며 가격을 관리하는 시장이 함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화상 폴 뒤랑뤼엘은 모네·마네·피사로·시슬리·드가·르누아르의 작품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서로 다른 조형적 실천을 '인상주의'라는 이름 아래 묶었다. 이 이름은 새로운 미술 경향을 가리키는 동시에 수집가가 알아보고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의 범주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평가 기반이 약했던 작품들을 뉴욕과 시카고로 옮긴 것도 새로운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개인전과 해외 전시, 반복적인 노출과 공급 조절이 이어지면서 인상주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그 미술사적 지위도 가격을 통해 가시화됐다.
뒤랑뤼엘의 체계 안에서 작가는 경제적 안정을 얻는 대신 일정한 양식과 꾸준한 작품 생산을 요구받았으며, 실험적인 조형 언어 역시 수집가가 식별하고 소유할 수 있는 형식으로 조정됐다. 이때 확립된 전속 계약과 대량 매입, 개인전, 해외 진출, 가격 관리 방식은 오늘날 메가 갤러리와 블루칩 작가 체계의 원형이 된다. 인상주의의 성공은 미학적 혁신과 시장의 조직력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였으며,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유통과 노출, 구매와 소장의 체계를 거쳐 사회적 권위로 전환되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화상에서 미술관과 국가로,
다시 경매와 금융으로
『돈의 미술사』의 핵심은 가격을 생산하고 승인하는 힘이 시대에 따라 이동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다. 19세기 후반 화상과 상인이 작품의 유통 경로를 조직했다면, 20세기에는 미술관과 국가, 비평과 미디어가 작품의 가시성을 미술사적 정당성으로 전환했다. 전시는 작품을 역사의 맥락 속에 배치했고, 비평은 그 위치에 언어를 부여했으며, 미술관은 선택된 작품을 제도적 기억으로 편입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선택과 명명만으로 사물의 지위를 바꾸며 예술의 경계를 재편했고, 피카소와 달리, 워홀은 작가의 이름과 이미지 자체를 강력한 상징자본으로 구축했다. 추상표현주의와 냉전 문화정책의 결합에서는 미학적 권위가 국가의 문화 전략과 함께 형성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작품의 가치는 조형적 성취에 제도적 승인과 정치적 이해, 미디어의 반복적인 재현이 더해지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러한 가치 형성의 중심은 1980년대 이후 컬렉터와 경매회사, 금융 자본으로 다시 이동한다. 경매 기록은 작품의 평가를 숫자로 고정하는 동시에 다음 거래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으며, 한 번의 초고가 낙찰은 작가의 미술사적 지위까지 바꾸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가격 자체가 새로운 수요와 평가를 불러오는 힘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찰스 사치와 메리 분, 바스키아와 쿤스, 허스트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시장은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스타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미술사의 서술 방향까지 바꾸었고, 자본은 작품의 소유권과 함께 무엇을 중요한 미술로 기억할지 결정하는 권한까지 획득했다.
보관시설 속에서 거래되는 작품,
자본의 논리로 재편되는 공공성
오늘날 일부 고가 미술품은 전시장의 벽보다 보관시설과 금융 네트워크 안에서 더욱 활발하게 유통된다. 스위스 제네바의 프리포트 같은 면세 보관시설에서는 작품이 포장된 채 머무르고, 실물 대신 소유권 서류가 이동한다. 감상보다 소유권의 이전이 앞서는 거래 방식이며, 이곳에서 미술품은 조세상의 이점과 국제적인 자산 관리 체계를 활용해 가치를 보존하는 금융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시장의 등장과 함께 더욱 넓게 확산됐다. NFT는 가치의 근거를 물질적 대상에서 토큰화된 소유권과 디지털 희소성으로 확장했고, 아트페어와 온라인 플랫폼은 가격 정보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유통하며 작품의 가치가 형성되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했다. 이에 따라 감상 방식도 실시간 거래 환경에 맞춰 재편되고, 작품의 물질성은 소유와 인증의 체계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명품 기업이 설립한 미술관과 메가 갤러리, 헤지펀드의 아트 파이낸싱, 중동 국가의 대규모 문화 투자도 세계 미술의 중심을 다시 그리고 있다. 작품의 권위가 파리와 뉴욕의 미술관뿐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전략, 국가의 문화정책, 국제 자본의 이동 경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투자 수익보다 문화적 권위의 재분배에 있다. 자본은 작품의 가격을 높이는 데서 더 나아가 무엇을 전시하고, 누구를 기억하며, 어떤 서사를 미술사로 남길지 결정한다. 미술의 공공성까지 사적 소유와 브랜드 전략, 국가적 욕망에 따라 다시 구성되는 셈이다.
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해부하고
예술적 가치의 조건을 다시 묻다
『돈의 미술사』는 시장 비판과 투자 정보 사이에서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며, 가격과 가치를 구분해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핵심은 시장의 존재 자체보다 시장의 판단이 미술사적 가치로 번역되고 제도화되는 과정에 있다. 가격이 형성된 구조를 이해하면 작품을 더욱 정교하게 바라볼 수 있다. 작품 자체에서 발생하는 미적 긴장과 제도적 승인이 부여한 상징자본, 시장이 증폭한 교환가치를 서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작성한 가격표와 미술사가 부여한 명성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결국 예술의 가치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누구의 판단을 통해 지속되는지를 묻는 비평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모네의 〈건초더미〉에 붙은 1억 1,070만 달러와 카텔란의 바나나에 붙은 624만 달러 사이에는 150년에 걸친 가격 형성의 역사가 놓여 있다. 희소성에서 브랜드로, 브랜드에서 경매 기록과 금융화로, 금융화에서 토큰과 플랫폼으로 가격을 만드는 장치는 계속 변화해왔다. 그 변화 속에서도 가격과 가치 사이의 간극은 이어졌다. 『돈의 미술사』는 그 간극이 형성되고 확대되어온 과정을 추적하며 독자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넨다. 가격을 만든 주체와 그것을 승인한 제도의 구조까지 모두 확인한 뒤, 우리는 작품 앞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목차
목차
프롤로그 - 숫자가 된 예술
1부 인상주의 경제학 - 시장이 탄생하다
화상의 시대 / 살롱과 상업 시장 / 연작의 경제학 / 살롱의 빵과 시장의 빵은 다르지 않다! / 부르주아의 정원 위에 내리쬐는 햇살 / 아방가르드 회화의 기원 / 신화의 탄생 / 셀프 브랜딩의 기원 / 빈센트 반 고흐와 리스크 경제
2부 가치와 가격의 부조리극 - 가격이 가치를 앞서다
창작 노동의 외주화 / 프리미엄 브랜드 / 쇼맨 시대의 개막 / 예술의 불꽃이 타오를 때와 꺼질 때 / 이데올로기와 미술 경제 / 가치와 가격의 부조리극 / '팝' 하지 않은 팝아트의 가격 / '더 팩토리'와 초상화 비즈니스 / 'Less is more'의 경제학 / 예술은 짧고 자본은 길다
3부 탁란의 시대 - 금융이 예술의 둥지를 점유하다
예술 소비의 신 귀족정 / 감정의 적정가격 / 희생 경제 / 초고가 미술품 시장 / 가까운 미래 / 수용소의 미학 / 금융, 예술에 탁란하다 / 현대미술사, 유통업자의 편집본 / 아이러니로의 도피 / 이것이 기대했던 예술의 미래인가?
4부 포획된 예술 - 자본이 국경을 넘어 미술을 재편하다
블루칩과 솔드 아웃 / 어느 메이저 갤러리의 포트폴리오 / 결정적인 조정자 - 포획된 공공성 / 금융 기술이 설계한 성전 / '국가 컬렉션 급' 작가 / 열린 해석의 경제 효과 / '예술·금융·국가'의 트라이앵글 구조 / Duty-free Art / 오일머니와 예술: 자본과 예술의 평행이동
에필로그 - 가격 너머의 예술
부록 - 인명 해설
1부 인상주의 경제학 - 시장이 탄생하다
화상의 시대 / 살롱과 상업 시장 / 연작의 경제학 / 살롱의 빵과 시장의 빵은 다르지 않다! / 부르주아의 정원 위에 내리쬐는 햇살 / 아방가르드 회화의 기원 / 신화의 탄생 / 셀프 브랜딩의 기원 / 빈센트 반 고흐와 리스크 경제
2부 가치와 가격의 부조리극 - 가격이 가치를 앞서다
창작 노동의 외주화 / 프리미엄 브랜드 / 쇼맨 시대의 개막 / 예술의 불꽃이 타오를 때와 꺼질 때 / 이데올로기와 미술 경제 / 가치와 가격의 부조리극 / '팝' 하지 않은 팝아트의 가격 / '더 팩토리'와 초상화 비즈니스 / 'Less is more'의 경제학 / 예술은 짧고 자본은 길다
3부 탁란의 시대 - 금융이 예술의 둥지를 점유하다
예술 소비의 신 귀족정 / 감정의 적정가격 / 희생 경제 / 초고가 미술품 시장 / 가까운 미래 / 수용소의 미학 / 금융, 예술에 탁란하다 / 현대미술사, 유통업자의 편집본 / 아이러니로의 도피 / 이것이 기대했던 예술의 미래인가?
4부 포획된 예술 - 자본이 국경을 넘어 미술을 재편하다
블루칩과 솔드 아웃 / 어느 메이저 갤러리의 포트폴리오 / 결정적인 조정자 - 포획된 공공성 / 금융 기술이 설계한 성전 / '국가 컬렉션 급' 작가 / 열린 해석의 경제 효과 / '예술·금융·국가'의 트라이앵글 구조 / Duty-free Art / 오일머니와 예술: 자본과 예술의 평행이동
에필로그 - 가격 너머의 예술
부록 - 인명 해설
저자
저자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 서울대학교미술관 제8대 관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서양화 전공을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 학위를, 파리 1대학에서 미술사학 D.E.A.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이사, 경기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장,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시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또한 대안 작가 공동체 '아트 빌리저스'를 창립하고, 광고 없는 대안 미술전문지 『컨템포러리 아트 저널』을 창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심의위원, 정부미술은행·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운영위원,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L'?re d'Andy Warhol(앤디 워홀의 시대)』, 『인생에 예술이 필요할 때』, 『예술, 상처를 말하다』, 『시장미술의 탄생』, 『속도의 예술』, 『천재는 죽었다』를 비롯해 여러 책을 썼다. 또한 「글로벌 현대미술의 작동 기전 읽기: 워홀효과와 워홀리즘 담론에서 알고리즘 순응주의까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약품 연작의 비평적 읽기: '약을 믿는 것처럼 예술을 믿어야 하는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신지학적 추상화 담론에 대한 비평적 조명」, 「단색화의 담론기반에 대해 비평적으로 묻고 답하기: 독자적 유파, 한국적 미, 'Dansaekhwa' 표기를 중심으로」, 「서양미술사, 왜 다시 읽어야 하는가?: '동원된 서양미술사'의 신화(神話)와 한국현대미술사의 세 지점」 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서양화 전공을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 학위를, 파리 1대학에서 미술사학 D.E.A.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이사, 경기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장,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시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또한 대안 작가 공동체 '아트 빌리저스'를 창립하고, 광고 없는 대안 미술전문지 『컨템포러리 아트 저널』을 창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심의위원, 정부미술은행·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운영위원,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L'?re d'Andy Warhol(앤디 워홀의 시대)』, 『인생에 예술이 필요할 때』, 『예술, 상처를 말하다』, 『시장미술의 탄생』, 『속도의 예술』, 『천재는 죽었다』를 비롯해 여러 책을 썼다. 또한 「글로벌 현대미술의 작동 기전 읽기: 워홀효과와 워홀리즘 담론에서 알고리즘 순응주의까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약품 연작의 비평적 읽기: '약을 믿는 것처럼 예술을 믿어야 하는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신지학적 추상화 담론에 대한 비평적 조명」, 「단색화의 담론기반에 대해 비평적으로 묻고 답하기: 독자적 유파, 한국적 미, 'Dansaekhwa' 표기를 중심으로」, 「서양미술사, 왜 다시 읽어야 하는가?: '동원된 서양미술사'의 신화(神話)와 한국현대미술사의 세 지점」 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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