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의 허무를 씹는다(리얼리스트 시전 4)
조문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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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폐허 위에서 흙을 만지는 몸, 끈질긴 생의 싹을 틔우다
초록의 힘으로 허무를 뚫고 나아가는 시
도시의 관념을 걷어낸 자리에 들어선 경이로운 대지의 기록
「제 몸의 허물를 씹는다」는 '봄싹'의 '리얼리스트 시전詩全' 네 번째 시리즈로 발간된 조문경 의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귀촌이라는 삶의 재배치를 겪으며 체득한 대지의 생태적 순환과 마주한 존재론적 허무를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 속에서 시인의 시선은 화려한 도시의 수사나 낭만화된 농촌의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작대기 하나 사라진' 시골 마을 노인들의 쇠락해 가는 육체와 소멸해 가는 공동체의 풍경을 정직하게 호명한다. 더불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소멸과 상실의 유한한 조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표제시 「제 몸의 허무를 씹는다」에서 보여주듯, 시인은 도착점을 알 수 없는 허공을 향해 '오직 공격'하듯 뻗어 나가는 칡넝쿨의 맹렬한 초록 힘을 통해 부조리한 세계에 온몸으로 반항하는 실존적 주체성을 획득한다. 화장장의 타오르는 뼈에서 세상 처음 보는 흰빛의 허무를 보면서도 지하 식당에서 설렁탕 한 그릇을 비워내는 일상성(「색을 다 거두어낸 흰빛」), 까실한 배추 뒷장을 '아프지 않을 만큼만' 가슴에 폭 안아 묶어주는 미시적인 보살핌(「서리 내린 후」)은 이 시집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허무에 주저앉는 대신 호미를 들고 파슬파슬 부서지는 생생한 흙 빛깔을 마주하는 시인의 손길은 매일 아침 꽃이 피었는지 들여다보며 기쁨을 느끼는 능동적인 '살아냄'의 세계로 독자들을 성큼 인도한다.
초록의 힘으로 허무를 뚫고 나아가는 시
도시의 관념을 걷어낸 자리에 들어선 경이로운 대지의 기록
「제 몸의 허물를 씹는다」는 '봄싹'의 '리얼리스트 시전詩全' 네 번째 시리즈로 발간된 조문경 의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귀촌이라는 삶의 재배치를 겪으며 체득한 대지의 생태적 순환과 마주한 존재론적 허무를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 속에서 시인의 시선은 화려한 도시의 수사나 낭만화된 농촌의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작대기 하나 사라진' 시골 마을 노인들의 쇠락해 가는 육체와 소멸해 가는 공동체의 풍경을 정직하게 호명한다. 더불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소멸과 상실의 유한한 조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표제시 「제 몸의 허무를 씹는다」에서 보여주듯, 시인은 도착점을 알 수 없는 허공을 향해 '오직 공격'하듯 뻗어 나가는 칡넝쿨의 맹렬한 초록 힘을 통해 부조리한 세계에 온몸으로 반항하는 실존적 주체성을 획득한다. 화장장의 타오르는 뼈에서 세상 처음 보는 흰빛의 허무를 보면서도 지하 식당에서 설렁탕 한 그릇을 비워내는 일상성(「색을 다 거두어낸 흰빛」), 까실한 배추 뒷장을 '아프지 않을 만큼만' 가슴에 폭 안아 묶어주는 미시적인 보살핌(「서리 내린 후」)은 이 시집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허무에 주저앉는 대신 호미를 들고 파슬파슬 부서지는 생생한 흙 빛깔을 마주하는 시인의 손길은 매일 아침 꽃이 피었는지 들여다보며 기쁨을 느끼는 능동적인 '살아냄'의 세계로 독자들을 성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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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 방법 이외로 없지 않은가" - 허무를 건너고 타자의 고통을 함께 앓는 신체성의 미학
허무를 회피하지 않는 투명한 눈과 현상학적 응시
조문경의 시는 목소리가 낮고 담담하다. 그러나 그 바닥에 깔린 사유의 깊이는 서늘하리만치 정직하다. 이 시집은 관념으로만 허무를 노래하지 않는다. 시인은 대상에 덧씌워진 모든 선입견을 걷어내고 대상의 소멸과 부재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허무를 보는 눈'을 지녔다. 여름날의 화려함이 사라지고 말라버린 연대들만 남은 얼음판에서 지나간 존재의 원적을 읽어내고(「겨울 연꽃 못」), 속이 비어 팔 수도 없지만 수명이 다할 때까지 꼿꼿이 서서 씨를 맺는 숫양파의 쓸모없음을 묵묵히 서술하는 시선(「숫양파」)은 삶의 근원적 조건을 회피하지 않는 투명한 의식의 발현이다.
폭력을 거부하는 '곁눈질의 윤리'와 연대의 감각
이 시집이 허무주의의 늪에 빠지지 않고 윤리적 거처를 마련하는 자리는 바로 '타자의 고통과 마주하는 신체적 연대'에 있다. 시인은 전철 옆자리에서 한용운의 시 구절을 넘기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는 정면의 폭력을 행하지 않는다. 대신 고요한 '곁눈질'을 통해 타인의 생에 서린 상실과 눈물의 무게를 내 몸의 시각으로 묵묵히 나누어 가질 뿐이다(「전철 옆자리 할머니의 시 읽기」). 마을 회관으로 마실 오는 노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인 삶의 터전으로 일일이 호명하는 태도 역시 타자의 슬픔을 내 인식의 감옥에 가두지 않으려는 환대의 미학을 보여 준다. "작대기 하나 사라졌다"는 담담한 선언 속에는 이웃의 소멸을 자신의 유한한 신체적 감각으로 고스란히 받아 내어 함께 통과하고자 하는 시인의 깊은 슬픔과 존중이 깃들어 있다.
대지의 리듬에 몸을 밀착시키는 생태학적 거주(Dwelling)
존재의 유한성을 깨닫고 타자의 아픔을 알아챈 시인이 도달한 궁극의 과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조문경은 이에 대해 대지의 생태적 순환에 자신의 신체를 동화시키는 '정직한 노동의 실천'으로 답한다. 메줏가루를 저어가며 찹쌀고추장을 고아 졸이는 끈질긴 시간 속에서 시인은 "이 방법 이외로 없지 않은가"라고 자문한다(「숨을 섞으려면」). 인간의 노동이 자연의 물리적 시간과 온전히 결합할 때 비로소 상실의 자리에 새로운 생명력이 거듭나기 때문이다.
응달에 버티고 선 겨울의 응어리 속에서 기어이 싹을 틔우겠다는 출판사 '봄싹'의 슬로건처럼 이 시집은 세계의 무상함에 온몸으로 반항하며 매일 아침 손전등을 들고 목단꽃과 은방울꽃을 들여다보는 경이로운 일상의 세계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마음 한구석에 차가운 허무의 바람이 부는 이들에게 배추 포기를 가슴에 폭 안아주던 시인의 흙 묻은 손은 우리가 왜 이 질긴 한세상을 기어이 살아내야 하는지 가장 다정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건네는 대답이 될 것이다.
허무를 회피하지 않는 투명한 눈과 현상학적 응시
조문경의 시는 목소리가 낮고 담담하다. 그러나 그 바닥에 깔린 사유의 깊이는 서늘하리만치 정직하다. 이 시집은 관념으로만 허무를 노래하지 않는다. 시인은 대상에 덧씌워진 모든 선입견을 걷어내고 대상의 소멸과 부재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허무를 보는 눈'을 지녔다. 여름날의 화려함이 사라지고 말라버린 연대들만 남은 얼음판에서 지나간 존재의 원적을 읽어내고(「겨울 연꽃 못」), 속이 비어 팔 수도 없지만 수명이 다할 때까지 꼿꼿이 서서 씨를 맺는 숫양파의 쓸모없음을 묵묵히 서술하는 시선(「숫양파」)은 삶의 근원적 조건을 회피하지 않는 투명한 의식의 발현이다.
폭력을 거부하는 '곁눈질의 윤리'와 연대의 감각
이 시집이 허무주의의 늪에 빠지지 않고 윤리적 거처를 마련하는 자리는 바로 '타자의 고통과 마주하는 신체적 연대'에 있다. 시인은 전철 옆자리에서 한용운의 시 구절을 넘기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는 정면의 폭력을 행하지 않는다. 대신 고요한 '곁눈질'을 통해 타인의 생에 서린 상실과 눈물의 무게를 내 몸의 시각으로 묵묵히 나누어 가질 뿐이다(「전철 옆자리 할머니의 시 읽기」). 마을 회관으로 마실 오는 노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인 삶의 터전으로 일일이 호명하는 태도 역시 타자의 슬픔을 내 인식의 감옥에 가두지 않으려는 환대의 미학을 보여 준다. "작대기 하나 사라졌다"는 담담한 선언 속에는 이웃의 소멸을 자신의 유한한 신체적 감각으로 고스란히 받아 내어 함께 통과하고자 하는 시인의 깊은 슬픔과 존중이 깃들어 있다.
대지의 리듬에 몸을 밀착시키는 생태학적 거주(Dwelling)
존재의 유한성을 깨닫고 타자의 아픔을 알아챈 시인이 도달한 궁극의 과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조문경은 이에 대해 대지의 생태적 순환에 자신의 신체를 동화시키는 '정직한 노동의 실천'으로 답한다. 메줏가루를 저어가며 찹쌀고추장을 고아 졸이는 끈질긴 시간 속에서 시인은 "이 방법 이외로 없지 않은가"라고 자문한다(「숨을 섞으려면」). 인간의 노동이 자연의 물리적 시간과 온전히 결합할 때 비로소 상실의 자리에 새로운 생명력이 거듭나기 때문이다.
응달에 버티고 선 겨울의 응어리 속에서 기어이 싹을 틔우겠다는 출판사 '봄싹'의 슬로건처럼 이 시집은 세계의 무상함에 온몸으로 반항하며 매일 아침 손전등을 들고 목단꽃과 은방울꽃을 들여다보는 경이로운 일상의 세계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마음 한구석에 차가운 허무의 바람이 부는 이들에게 배추 포기를 가슴에 폭 안아주던 시인의 흙 묻은 손은 우리가 왜 이 질긴 한세상을 기어이 살아내야 하는지 가장 다정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건네는 대답이 될 것이다.
목차
목차
제1부 어서 빨리 받아 적으라는 듯
나비 떼가 왔는데 11
손님 12
첫 손님으로 네발나비 오다 13
나 없는 사이 14
상사화 15
고양이와 나눠 먹다 16
전철 옆자리 할머니의 시 읽기 17
소매치기 18
색을 다 거두어낸 흰빛 19
방아깨비 빛 방울꽃 씨를 뿌리다 20
코스모스 앞에 21
제 몸의 허무를 씹는다 22
더 이상 생각 없다 25
저녁놀은 농부의 등 26
풀도 밭을 경작하고 27
제2부 풍경이 되지 못한 채 곁눈질로
꽃이 진다 33
다람쥐 삼일장 34
이 세상 뼈대 35
흙 도둑 36
바람에 꽃잎 흔들리자 37
숫양파 39
사라진 풍경 속에서 40
풀을 뽑으며 41
그냥 42
노랑 선 씀바귀 43
간장 소금 44
가난한 저축 45
서리 내린 후 46
비오는 날 47
숨을 섞으려면 48
고양이와 물까치 50
자갈풍 51
어떤 엄연嚴然 52
호랑나비 애벌레의 청빈淸貧 53
씨는 꽃이 져야만 보인다 54
또 다른 시간을 보다 55
겨울 연꽃 못 58
제3부 그 질긴 한세상
잔盞 63
안부 64
참나무 타는 냄새 먹다 65
요각 인사 66
짹지칼 68
며느리와 봉숭아 꽃물 들이다 69
호다리 콩콩 70
문득 그대 생각났다 71
마지막 죄 72
눈앞에 살아 있다 73
소 75
니캉 내캉 사재이 76
시골엔 달이 없겠다 77
제4부 작대기 하나 사라질 때까지
귀촌 81
적막 82
삼십 분간 83
바더리는 그렇게 84
달마중 85
흙집 천정을 뜯으며 86
한파 87
봄볕 88
살면서 이렇게 신났을까 89
다람쥐 홍시 먹는 90
여기 계신 저 산 봄꽃 91
낮달맞이 93
좋을 때란 95
한나절 쪼그리고 앉아 96
산수유 나무 팔려가다 97
이야기 끝에 99
호미댁 할매 100
장연 아재 101
참 따뜻한 방 102
작대기 먼저 들어선다 103
여백 105
해설 허무를 건너는 몸, 사라짐과 되살아남의 시적 윤리(이민호) 106
나비 떼가 왔는데 11
손님 12
첫 손님으로 네발나비 오다 13
나 없는 사이 14
상사화 15
고양이와 나눠 먹다 16
전철 옆자리 할머니의 시 읽기 17
소매치기 18
색을 다 거두어낸 흰빛 19
방아깨비 빛 방울꽃 씨를 뿌리다 20
코스모스 앞에 21
제 몸의 허무를 씹는다 22
더 이상 생각 없다 25
저녁놀은 농부의 등 26
풀도 밭을 경작하고 27
제2부 풍경이 되지 못한 채 곁눈질로
꽃이 진다 33
다람쥐 삼일장 34
이 세상 뼈대 35
흙 도둑 36
바람에 꽃잎 흔들리자 37
숫양파 39
사라진 풍경 속에서 40
풀을 뽑으며 41
그냥 42
노랑 선 씀바귀 43
간장 소금 44
가난한 저축 45
서리 내린 후 46
비오는 날 47
숨을 섞으려면 48
고양이와 물까치 50
자갈풍 51
어떤 엄연嚴然 52
호랑나비 애벌레의 청빈淸貧 53
씨는 꽃이 져야만 보인다 54
또 다른 시간을 보다 55
겨울 연꽃 못 58
제3부 그 질긴 한세상
잔盞 63
안부 64
참나무 타는 냄새 먹다 65
요각 인사 66
짹지칼 68
며느리와 봉숭아 꽃물 들이다 69
호다리 콩콩 70
문득 그대 생각났다 71
마지막 죄 72
눈앞에 살아 있다 73
소 75
니캉 내캉 사재이 76
시골엔 달이 없겠다 77
제4부 작대기 하나 사라질 때까지
귀촌 81
적막 82
삼십 분간 83
바더리는 그렇게 84
달마중 85
흙집 천정을 뜯으며 86
한파 87
봄볕 88
살면서 이렇게 신났을까 89
다람쥐 홍시 먹는 90
여기 계신 저 산 봄꽃 91
낮달맞이 93
좋을 때란 95
한나절 쪼그리고 앉아 96
산수유 나무 팔려가다 97
이야기 끝에 99
호미댁 할매 100
장연 아재 101
참 따뜻한 방 102
작대기 먼저 들어선다 103
여백 105
해설 허무를 건너는 몸, 사라짐과 되살아남의 시적 윤리(이민호) 106
저자
저자
조문경 2002년?「삶글」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항상 난 머뭇거렸다』, 『노란 장미를 임신하다』, 『엄마 생각』, 『해바라기 뒤통수를 봤다』를 펴냈다.
시집 『항상 난 머뭇거렸다』, 『노란 장미를 임신하다』, 『엄마 생각』, 『해바라기 뒤통수를 봤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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